제 11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이 공개되었다. 한걸음에 달려가 리스트를 보는 마음은 참으로 따뜻해진다. 전주영화제는 세 번을 갔는데, 한번은 관객으로, 한번은 감독으로, 한번은 스탭으로 참석했다. 자전거를 타고 전주시내를 돌아다니는 소박함이 좋았고, 풋내 나는 내 영화를 스크린에 트는 순간은 심장이 터져나갈 것만 같았다. 한달 동안 나를 괴롭힌 그 필름들을 저주받은 영사기(포커스!)를 통해 스크리닝 할 때의 두근거림은 쉽게 잊혀지는 감정이 아니었다.
 얼마 전 중간고사가 끝나고 당일치기로 전주에 다녀왔다. 로멘틱한 여행이라기에는 날씨가 쌀쌀했고, 영화제를 준비했던 기억들을 기웃기웃 거리다가 어설프게 돌아왔다. 한 장소를 지속적으로 방문하다 보면 그곳에는 이야기가 생긴다. 나는 영화의 거리가, CGV 5관과 메가박스 10관이, 기술자막팀 사무실부터 임대받은 아파트까지 걸어가는 그 길을 아무런 감정 없이 바라 볼 수가 없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나는 무엇을 보려고 전주에 간 것인가, 나에게 질문을 던졌었다.

 지금 이 순간에 누군가는 영화제 시간표를 들여다보며 여행을 계획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영화가 틀어질 그 순간을 상상하고, 누군가는 한없이 돌아가는 필름을 바라보며 사고 없는 영화제를 기원하고 있을 것이다. 올해 전주영화제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거리를, 가슴 흔들어 놓을 신작을, 영화제를 준비할 그들을 응원하고 기대하는 것을 그만 둘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가족 같던 사람들이 모여드는 전주에 가고싶다.





Posted by worldofddanj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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