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그날의 생각 2009. 10. 13. 05:31 |
 런던을 떠나기 전에 파리의 방을 보기로 결정한 집은 딱 하나뿐이었다. 모두 기간이 맞지 않거나, 남자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여자들은 정말 파리를 사랑하나보다. 여자 룸메이트만 찾는다.) 큰 짐을 메고 도착한 파리는, 당장 말이 통하지 않은 답답함에 압도당했지만 오늘 방을 구하지 못하면 유스호스텔에서 몇 일을 머물며 방을 구하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사실이 더 부담스러웠다.
 18구의 북쪽, 실내건축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는 현의 소개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에 올라가니 룸메이트인 여자(Alina)와 그녀의 남자친구(Emi)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거실에 들어가자마자 탄성이 나왔다. 커다란 창 너머로 몽마르뜨 언덕의 풍경과 하늘이 한 눈에 들어온다. 파리에 도착한 그 날 그 자리에서, 3주간 지내기로 결정했다.
 그 날 저녁은 모처럼 모두가 여유있는 날이라고 해서, 나와 Alina는 스파게티 재료를 사 와서 요리를 하고(나는 구경만-) 현은 몽마르뜨에서 열리는 와인페스티벌에서 맛있는 와인을 한 병 사왔다. 늦게 도착한 Emi는 자신이 제일 좋아한다는 치즈를 가져와 저녁식사를 했다. 창 밖으로는 몽마르뜨 언덕에서 페스티벌 막바지의 불꽃놀이를 하고 있었고, 사랑스럽고 친절한 Alina와 Emi 커플의 이야기에 웃으면서 (때로는 불어로 대화하는 내용이 뭘까 상상하면서) 오래간만에 사람들 속의 편안한 행복함을 느꼈다.
 5각형의 내 방에도 큰 창이 있고, 지금 창 밖에는 몽마르뜨 언덕 위의 Sacré Coeur 야경과 멀리서 반짝이는 에펠탑이 보인다. 어떻게 발걸음 닿는 모든 여행이 이렇게 아름답고,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친절할 수 있을까.
 벌써 여행은 두 달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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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worldofddanj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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