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ðareiði

그날의 생각 2009. 9. 2. 05:11 |
 Faroe Island의 마지막 여행지는 북쪽의 Viðareiði(Vee-ar-oy-ye라고 읽으라던데..)라는 작은 마을이었다. 론리플래닛의 설명에 의하면 완만한 U자 계곡이 마치 신이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곳 같다고 하는데 딱 그런 느낌의 평화로운 곳이었다. 마을의 오래된 교회를 둘러보고 돌아나오는데 뒤에서 갑자기 개 한 마리가 나타났다. 안녕 하고 인사하려는데 그 개, 왼쪽 뒷다리가 없다. 나중에 마을 사람에게 물어보니 자동차 사고로 다리를 잃었다고 했다. 온순하고 사람을 잘 따라서, 내가 동네와 산을 하이킹 하는 내내 같이 돌아다녔다. 풀밭에 널려있는 양때를 볼 때마다 겁을 줘서 도망가게 만들다가도 양이 반격하면 무서워서 내 뒤로 숨어버리는 녀석이었다. 섬나라 답게 가랑비가 오다가도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는 마을의 산등성을 그 녀석을 친구삼아 이야기하면서 걸었다.
 두시간 가량 하이킹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짧은 인연을 생각했다. 내가 이 섬에 다시 오게 될까? Viðareiði에 다시 와서 그 귀여운 녀석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러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정말 멀리에서, 우연히, 짧게, 만났다가 스쳐지나간다. 그래서 허무하다거나 슬프다는 건 아니다. 내가 돌아가면 만나게 될 오랜 인연의 사람들과, 잠시 스쳐지나가는 인연들과, 서로의 존재를 막연히 짐작만 하고 평생 만나지 못할 것들을 생각하면서 우리의 삶이 얼마나 조그만지 생각했을 뿐이다.

 타다닥 타다닥 세 발로 열심히 걷다가 내가 얼마나 왔나 뒤돌아보던 그 녀석의 발소리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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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worldofddanj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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