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오늘의 지출 : 짐 택배 16.4 / 우표 6.24 / 저녁 10.62 / 숙박 5 → 총 38.26
① 오늘의 길 : Pamplona ~ Puente la Reina 총 23.5 km
                11시~6시 (약 7시간)
 첫 여정, 일어나서 밥 먹고 김은주씨, 김나리씨와 짐을 우체국에 보내기 위해 나섰다. 2주밖에 맡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민박집 주소로 보냈다. (16.4유로) 팜플로나에서 막 까미노 루트로 접어들 무렵 박왕순씨와 이주원씨를 만났다. 사실 여행을 하면서 한국 사람을 보고, 또 친해지는게 제일 어렵다. 어차피 개인여행자이고, 유럽인들과는 친하면서도 적당히 거리가 유지되지만, 한국사람들과는 오히려 이야기하는 것, 서로 신경써야 하는 것들이 생겨버린다. 이 길을 걷기 위해 거의 같은 시기에 파리in 하신 두 분은 주원씨(국군장교를 막 마쳤다고 하신다)가 다리 문제로 천천히 걸으면서 자연스럽게 박왕순씨와 걷게 되었다. 오래 마라톤을 하신 분이라 페이스 조절도 할 수 있었고. 길은 의외로 어렵지 않았는데 비가 개어 날씨가 좋았던 탓에 쉽게 걸을 수 있었다. 실은 혼자 생각하며 걷고 싶었지만 나는 이제 적응할 필요가 있었고 겨우 1일째일 뿐이었다. 많은 한국인들 사이에서 어리둥절 했지만 뭣도 모르는 나에게는 좋은, 고마운 분들이다. 산 정상의 표지를, 횡량한 흙빛의 풍경들, Zariquiequi와 Obanos의 오래된 골목들이 아름다웠다. 걷는 것, 아무 생각 없이 표지를 따라 발을 옮기는 것 뿐인데 상쾌하고 건강하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옷과 약간의 음식, 잠자리와 표지일 뿐이라는 사실이 신기했다.
 사실, 첫 날이라 조금 정신 없었고 길을 보며 걷는 것 이상의 느낌은 없었다. 단지 내가 이렇게 한 달간 걸어갈 거라는 사실, 그게 불가능하지는 않겠다는 느낌이 들어 힘이 났다. 저녁으로 먹은 닭도리탕과 밥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의 길 : Puente la Reina~Estella 총 22km, 10시반~5시반 약 7시간
오늘의 지출 : (현금인출 140) 신발 48 + 콜라 1.25 + 우비 5 + 저녁 1.42 + 개인음식 4.62 → 총 60.29 69.29 69.79
                   + 숙박 (아침포함) 5.5 + 빨래 3 + 1 (실수...TT) + 엽서 0.5
② 아침부터 별일이 다 있었다. 어제 새벽 4시경 갑자기 사람들이 들어와 뭐라고 하길래 그냥 잠들었는데, 일어나 알고보니 알베르게 난로의 불이 그 앞에 말려둔 물건에 옮겨붙어, 모조리 타 버렸다고 한다. 재가 되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난로의 신발들을 보면서, 이상하게 걱정이 되거나 속상하지 않았다. 그저, 웃음이 나면서 어떻게든 되겠지 싶었다. 그건 참 묘한 느낌이었다. 보통의 나는 굉장히 불안하고, 부정적인 결과에 미리 마음을 흔들려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정말로 답은 있어서, 신발가게에서 새로운 운동화를 구입하고 걷기 시작했다. 웃어 넘기며 그저 걸을 수 있는 다음 대안을 찾는 순례자들의 모습이 신선했다. 괜찮다며 친절했던 스탭들을 물론이고. 신을 사고 나오느라 혼자 걷게 되었는데 사인이 보이지 않을 때마다 불안했다. 하지만 사실 크게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지금의 길에 확신을 하고 전진하는 것이 옳다. 가파른, 그런데 인공적으로 닦여져 즐거움도 없는 곳이었는데 땀을 뻘뻘 흘리면서 짜증이나 힘이 든다기보다는 이 길을 여름에 걸었을 순례자들의 어려움을 상상하며 그들은 참 대단하다, 라고 생각했다. 나리씨와 만나서 걸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했다. 영국에서 관찰자로 사는 것, 과일을 따먹거나 도로로 가고 싶다는 이야기들... 인상적이었던 것은 외동이실 것 같다고 말했는데 역시 이기적인건가.. 라고 하시길래 내가 말한 뉘앙스를 곰곰히 생각해봤다. 내가 누나에게 영향을 많이 받아서 여자형제가 있다고 느끼는데, 나리씨는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은 분 같다고, 말하고 놀랐다. 그게 외동의 진짜 느낌이다. 해가 지는데 빨리 가자고 했을때, "서쪽이 아직 밝잖아요. 우린 서쪽으로 가는 거니까요"라고 말했던게 생각난다. 너무 친해져 서로에게 조금씩 불편하기도 했지만 좋은 분이다. 스페인의 오래된 고풍스런 건물과 길이 아름다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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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worldofddanj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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