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
예방용으로 : 빠라 라 쁘데벤시온 데 비쵸스 (Para la prevencion de bichos)
좋은 곤충스프레이 주세요 : 부엔 스쁘라 빠라 로스 인섹토스, 뽀르 파보르 (Buen spray para los insectos/bichos de cama, por favor)
침대벌레 : Los bichos de cama (로스 비쵸스 데 카마)
crema (끄레마, 연고) pastilla (빠스띠야, 알약)

알베르게에서도 순례자 여권 발급...? (2시 이후 open)
"Lista de Correos O.P.
15780 Santiago de Compostela
a coruñ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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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07.Sat
팜플로나 가는 길에 보는 풍경은, 스페인의 어떤 고정된 느낌과 또 다르다. 파랗고 선명한 하늘, 템페라화 같은 구름. 갈색의 흙 위에 일렬로 늘어선 하얀 풍력발전기들... 생장~까지 20km를 달리는 대회가 있다고 한다. 다들 그 대회에 참가하러 가는거라고_(앞자리의 여자) 카메라에 관심을 보여 이야기했다.

2009.11.08.Sun
늦게 일어나 알베르게에서 두 시간을 기다림. 비가 많이 옴. 우비가 필요함. 문 닫은 알베르게에서 한국여자분 두 분을 만나 숙소 문을 닫은 건지 알아보다 얼떨결에 여권도 발급(2유로 기부) 헤밍웨이 호스텔 찾아갔으나 한참을 헤매고, 다른 호스텔 갔다와서야 찾아냄. 괜히 두분을 피곤하게 해서 미안했으나 같이 저녁식사까지 대접해주심, 일본친구 두명과 스파게티와 스프, 빵과 차를 마심. 내일은 시작이다-



*  프랑스 생장 피에 드 포르(Saint-Jean Pied de Port) 부터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까지 약 800km가 넘는 길을 매일 25~30km씩 한 달간 걷는 순례길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건 아니다. 천천히 자연을 둘러보는 도보여행을 꿈꿨고, 인터넷을 통해 조사하다가 그 길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해 보였다. 게다가 장기 여행 중에 머물기 위해 가져가는 짐들과 옷들이 그 길을 걷는 데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스페인 바로셀로나 유스호스텔에서 만난 한 분이 막 그 길을 걷고 돌아오는 길이라고, 당신도 걸을 수 있다고, 준비는 필요 없고 짐은 도착지에 붙여놓으면 된다고 했다. 너무 좋다며 꿈결처럼 말하는 그 말에 나도 갈까, 마음이 동했다. 파리에서 좋은 사람들과 헤어지고 유명한 유적들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던 터였다. 무엇보다 그 길 위에 뭐가 있길래 사람들이 그렇게 산티아고 가는 길을 이야기하는 걸까 궁금했다.
 스페인 일정의 절반을 포기하고 유스호스텔에서 자료를 찾았다. 11월에서 12월은 너무 춥고 문 닫는 알베르게(숙소)도 많으니 추천하지 않는다는 말부터, 어떤 장비를 사서 얼마나 준비하고 떠났는지에 대한 후기들이 나를 위축시켰다. 그만 둘까...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두려워하는 것은 준비 탓도 계절 탓도 아닌, 길을 완주하지 못할 때의 패배감이구나. 나는 늘 그런 것으로부터 도망쳐 왔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스페인 남부 행 버스를 취소하고 바로셀로나에서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팜플로나 가는 버스를 예매했다. 모든 계획은 한 순간에 틀어졌다. 11월 7일 나는 아무런 준비와 정보 없이 팜플로나로 떠났다. 덕분에 순례자 여권도 만들지 못하고 짐도 붙이지 못한 채 53.5 유로짜리 비싼 1인실 호텔에서 주말을 보내야 했다. 심난한 시작이다.


Posted by worldofddanj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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