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닷제로

http://www.onedotzero.com/
 런던에 집을 잡고 템즈강변을 따라 걷다가 BFI극장에 도착했을 때, 아아 이런 행운이 나에게! 짧게 감탄했다. 한국에서는 시간이 맞지 않아 참석하지 못했던 원닷제로를 본 고장에서 볼 수 있다니! 그날 저녁에 바로 인터넷에서 예매를 했다. 가난한 여행자지만 런던에서는 이런 것들을 보고 경험하려고 온 것 아닌가! 라면서…

원닷제로는 지난 2007년 이후로는 한국에서 진행되지 않았는데, 당시 홈페이지에서 옮겨놓은 원닷제로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네덜란드, 아일랜드, 중국 등 전세계 50여 개 도시를 투어 하면서 열리는 디지털 영상 페스티벌이다. 원닷제로 페스티벌은 스크리닝, 라이브 공연, 전시, 세미나 등으로 구성되며, 각 도시마다 지역의 특색에 맞게 프로그램이 구성된다. 원닷제로_서울은 올해로 3회째이며 영상 및 아트, 디자인 분야의 크리에이터들의 모임으로 디지털 필름메이킹, 애니메이션, 모션그래픽, 뮤직비디오, 인터렉티브, 그래픽 디자인, 건축, 미디어 인스톨레이션 등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3일에 걸쳐 총 6개 섹션의 작품을 봤다. 가장 최근의 크리에이티브한 작품들을 모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분되고, 또 그런 에너지가 나도 창작을 해 보고 싶다는 욕구로 이어지는 그런 페스티벌이었다. 관람했던 섹션에서 소개된 작품들과 전체적인 느낌,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작품들의 영상을 아래 정리했다.



craftwork 09
BFI:NFT3 09월 09일 13:30
in an age driven by non-stop digital culture on fast-forward, many creatives have revived a handcrafted approach to producing new works. across promos, broadcast and independent shorts alike, directors have begun to rewind to the homemade, stitched and stuck together. from ambitious personal experiments breathing life into corrugated card to quirky productions utilising sewing kits and 3d, a more tactile aesthetic emerges, offering surprising collisions of a new post-digital look. 
 
상영작품 리스트

컴퓨터 작업이 주는 무감각에서 탈피한 크래프트웍이 추구하는 것은 ‘노가다'의 감동인데, 기묘하게도 이런 작품들이 엄청나게 쏟아지면서 또 그 '노가다'가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꽤 많은 아이디어가 이미 등장했고 이제 그걸 쌓아 올릴 수 있는 내공 아니면 아이디어에 대한 고민의 끝을 보여줘야만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인상적이었던 작품들


multitouch barcelona: hi, human interface spain 2009
엄밀히 말해 원닷제로가 추구하는 모션그래픽의 영역에 있지는 않지만,
요즘에 가장 주목 받는 크래프트워크+인터페이스의 결합 형태가 아닐런지. 귀엽고 재치 있다.


 
ian kibbey + corey creasey: synesthesia usa 2009
생경한 이미지, 음악의 리듬에 맞추는 시각적 자극이 장난 아니다.
너무나 세련돼 오히려 익숙한 듯한 느낌도 들지만, 이런 수준의 작품을 만들 기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감탄.



david wilson: we got time / moray mclaren uk 2009
아아 이건 뭐 최고. 하나의 소재와 아이디어를 가지고 얼마나 많은 상상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가.
그야말로 감동이다. 고민과 노가다 둘 다 최고.



extended play 09
BFI:NFT3 09월 09일 15:50

compelling narrative shorts from an eclectic range of international auteurs that pursue new visual approaches in graphic and altered alternative storytelling. whether it is expertly manipulating the latest digital technologies or skillfully breathing fresh life into familiar analogue techniques, each and every short ensures that aesthetic innovation is used to magnify the narrative for ultimate dramatic and emotive effect. 

상영작품 리스트 

네러티브 단편, 하지만 조금 다른 시도들.
(개중에는 아쉬운 것들도 있었지만-) 장르를 깨고 바꿔보려는 시도들, 직접 작업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인상적이었던 작품들


richard fenwick: albert's speech uk 2009  (위 영상은 짧은 편집본)
가장 극 영화 같다가도 순간 모션그래픽이 튀어나오는 이런방식,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이 없어서 문제지.....)



jonas odell: löner [lies] sweden 2008 (위 영상은 3개의 단편 중 첫번째 파트만)
쉴새없는 나레이션이 음악처럼 쏟아지는데다가 영어자막이! 라서 알아듣는 데 까지만 들으면서 이미지에 집중했다.
3개의 단편 하나하나의 개성이 강렬하다. 모션그래픽으로 이야기해야하는 이유.



philip bacon: yellow belly end uk 2009 (위 영상은 짧은 편집본)
사실 일반적인 애니메이션이고, 혁신적인가? 라는 점에선 물음표지만 작품 자체가 마음에 들었다.
그림도 색감도 이야기도. 상징과 슬픈 우화.



Partizan : next generation 09
BFI:NFT3 09월 13일 15:50

partizan is an award-winning production company with a worldwide reputation for creative excellence. since its launch in 1991, it has become one of the world’s leading producers of content - from music videos and commercials, to documentaries, feature films, animation, and more. they are a stable for major stars, like the mighty michel gondry, but here we focus on their next generation of talent, including saam farahmand, nima nourizadeh, kinga burza and more. 

상영작품 리스트 

응? 미셸 공드리가 속했었다고? 섹션 소개만 보고 선택했는데 이름값을 한 걸까 정말 멋졌다!
광고와 뮤직비디오 분야에서 작품들이 나오다 보니 하나하나 감각적이고 재치 넘친다. 우와아.

인상적이었던 작품들


ray tintori: evident utensil / chairlift usa 2009
디지털 황홀경... 말이 필요없이 Partizan 섹션에서 최고.



kinga burza: homecoming / the teenagers uk 2007
80년대 분위기 뿅가게 재현한 나른한 십대들의 로멘스가 귀엽네



daniel eskils: boyfriend / alphabeat sweden 2009
재치있고 귀여워서 좋다. 난 귀여운 유머에 약하니까...ㅎㅎ



daniel eskils: dog tv sweden 2006
어 뭐지? 어떻게 한거지?


 
michael gracey: dance / t-mobile uk 2009
아아 이런거 너무좋아. 시작부터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멋져멋져.



tim saccenti: bruises / chairlift uk 2009
아까 "evident utensil"로도 정신못차리게 하시더니.. (그보단 약하지만) 아우 멋지다. 이 밴드 노래도 정말 좋다.


 
kinga burza: in for the kill / la roux uk 2009
빛과 색, 그것만으로 변주해내는 4분짜리 뮤직비디오


 
chris cairns: heads / neurosonics audiomedical labs inc.
킬킬킬.



wow + flutter 09
BFI:NFT1 09월 13일 18:30

the driving force of onedotzero's programming since inception, wow + flutter's remit has always been to seek and share the most innovative and surprising work in progressive, motion graphics and short-form works. fresh talent and celebrated masters alike strive to expand, blur and explode traditional notions of what future moving image could be. as a playground for creative e-pression

상영작품 리스트

가장 innovative and surprising work 이라고 하지만 제일 심심했던 섹션.
너무 전형적이었고 재미있지도 않았다.

인상적이었던 작품들

chiesa, sukarya, temes + kageyama: iran: a nation of bloggers canada 2008
타이포그라피로 주제를 전달하기. 짧고 힘 있는 주제의 무거움.



tom geraedts: eros netherlands 2009
맹인의 시각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니. 곱씹어보면 대단한 작업.



impactist: parallelostory usa 2009
순전히 그림과 색감, 이야기가 취향이라 마음에 남았습니다.



ubik: voxel uk 2009
재밌다. 모션그래픽으로서만 가능할 현실과 상상의 만남.



paris mavroidis: divers usa 2009 (위 영상은 예고편)
이 섹션 중 최고. 여기저기 많이 틀어진 유명한 작품인가보다.
완성도 뿐만 아니라 상상력을 시각화하는 힘이 있다. 대단하다.



wavelength 09
BFI:NFT1 09월 13일 20:45

serves up the most exciting and offbeat music videos from around the world, including work for r?ksopp, n.a.s.a and fleet foxes. this area has spawned current cinematic titans such as spike jonze, michel gondry and jonathan glazer, amongst others. it remains a fertile breeding ground for breaking talent and startling new ideas.

상영작품 리스트

노래의 가사를 다 알고 봤다면 영상과의 조화를 더 음미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이었고, 음악과 함께 들썩이는 영상은 내 취향과 상관없이 멋졌다.

인상적이었던 작품들

shynola: strawberry swing / coldplay uk 2009
익숙한 기법일지라도, 그 노가다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martin de thurah: when i grow up / fever ray denmark 2009
뮤지션의 신비로운 노래와 퍼포먼스는 주술같았다.


 
han hoogerbrugge: love etc / pet shop boys uk 2009
정신이 멍-해지면서 최면에 걸리는 것 같은 신비한 이미지



nabil: t.i.a. / k'naan usa 2009
분명히 내 취향의 음악은 아니지만 이 음악에 이 영상은 멋지다.


 
jess holzworth: raindrops / basement jaxx uk 2009
시각적 황홀경, 섹슈얼의 최고치, 엄청난 에너지. 입이 쩍 벌어진다.



Up 3D +  Q&A with Pete Docter & Jonas Rivera
BFI:NFT1 09월 11일 18:00

Carl Fredericksen, a curmudgeonly 78-year-old balloon salesman, is not your average hero. When he ties thousands of balloons to his house and floats to the wilds of South America, he finally fulfills his life-long dream of adventure. But on discovering an 8-year-old stowaway named Russell, an unlikely duo, they soon find themselves on an hilarious journey in a lost world filled with danger and surprise.

We are delighted to welcome director Pete Docter and producer Jonas Rivera for a Q+A after the screening of this Cannes-opening crowd pleaser.

데이트모던에서 BFI까지 걸어와 (중간에 샌드위치 하날 사서 극장 앞에서 우적우적 먹고) 영화 UP을 봤다. 아아, 못 보는 줄 알았던 Up 3D를 런던에서 보게 되다니. 이번 상영은 특별히 감독과 제작자가 오는지라 영화관 앞은 축제 같았다. 입체안경과 안내종이를 받아 들고 극장에 들어섰는데, 마치 작은 공연장 같은 곳이었다. 3D로 보는 단편과 UP은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미묘한 레이어의 깊이와 양감이 신기했고, 특히 풀샷이나 롱샷으로 인물과 풍경을 동시에 잡을 때는 클레이에니메이션을 실제로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사람들은 순간의 웃음에 즉각 반응하면서 크게 웃는데, 너무 큰 웃음에 다음 대사가 잘 들리지 않을 지경이었다. 평소에는 너무 소란스러운 분위기의 극장을 싫어하지만 이미 한번 봤던 영화였고, 이렇게 함께 즐기면서 보는 경험도 신선해서 좋았다. 3D로 보면 어둡다더니 색감이 그렇게 많이 빠지지 않는데? 싶었는데 마지막 크레딧 때 잠깐 안경을 벗고 보니 배 이상으로 밝고 선명한 색감이 스크린에 투영되고 있었다. 아무래도 안경의 특성상 화면이 어두워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감독과 제작자와의 GV는 영어로 진행돼서 내가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었지만, 작품을 기획하고 만드는 과정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나오는 관객들에겐 UP이 프린트된 풍선을 나눠줬다. 흐뭇하게 파란풍선을 들고 템즈 강변을 걸어 집으로 왔다.


원닷제로 기간동안 집에서 점심을 먹고 나와 Sainsbury’s에서 저녁과 간식으로 먹을 샌드위치를 사들고 Southbank Center에서 여행을 정리하다가 영화를 보고, 쇼파에서 쉬다가 샌드위치를 먹고 영화를 보기를 반복했다. Partizan은 아주 멋졌지만 wow+flutter는 조금 아쉽고, wavelength는 죽여주고, 뭐 그런식이었다. 마지막 날 저녁 상영을 다 보고 극장을 나서는데 national theatre 벽면에 원닷제로 로고가 프로젝션되고 있었다. 노키아폰을 해킹해 모션그래픽에 접목시키는 원닷제로 워크숍의 결과물을 시연하는 자리였다. 문자를 보내면 원닷제로09 로고스타일로 실시간 영사되고, 핸드폰을 기울이거나 움직이면 그 액션에 따라 반응하는 인터렉티브한 결과물이었다.



 "이거 진짜 쿨한데?!!" 혼자 흥분된 마음에 스탭을 붙잡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한국에서도 원닷제로가 열렸었는데 몇 년 전을 마지막으로 다시 안 열린다고, 서울에서도 열렸으면 좋겠다는 말을 짧은 영어로 전하고 돌아섰다.

사람들의 크리에이티브를 보면서, 나도 막 후끈후끈해짐을 느꼈다. 정말 멋진 페스티벌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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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worldofddanj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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