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대화

그날의 생각 2012. 9. 20. 05:14 |

기억력이 좋질 않아서 나는 내가 한 말이나 내 행동들 내 생각들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분명 나에게서 나온 것들인데 다 어디로 가 버리는지. 예전에 써 둔 글 속의 오래된 내가 지금보다 더 어른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지난 주말 영화제에서 일했던 분들과 오래간만에 만났다. L형이 나에게 아직 영화 하느냐고 물었고 요즘엔 안한다고 답했다. 형은 너 그때는 참 진지하게 영화를 생각하는 것 같았는데.. 이제 안 하는구나... 라고 말했었다. 나는 뭔가 부끄럽고 실망시키는 것 같아 하지만 친구들과 작은 작업들을 하고 있노라고 괜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 대화가 이상하게 마음에 계속 남는다. 우직하게 작업을 하고 계시는 걸 이따금 전해 들어왔고 그런 점에서 좋아하고 존경하는 면이 있던 형이 하신 말이라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때 나는 어떤 마음으로 영화제에서 일하면서 사람들을 만났고 무슨 이야기를 했었을까? 영화를 좋아하고 계속 하고 싶어하는 사람으로 기억될 정도로,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전달했던 내가, 왜 이제는 그걸 열정적으로 하지 않을까? 지금 열정적으로 하고 있는 것들을.... 확 멀어져서 차갑게 바라보게 된다. 나는 다시 6년 뒤에 뭘 하고 있을까. 지금 알고있는 사람들에게 또 어떤 배반으로 실망을 안겨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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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worldofddanj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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