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개강이다. 어느 때고 새로운 시작이 불편한 긴장감을 만들지 않았던 적 있겠느냐만은, 이번엔 특히 마음이 그렇다. 짐싸서 내려가자마자 좋은 건 좋은대로 답답한 건 답답한대로 그대로일 대전 생활이 빤히 그려지지만, 그래도 뭔가 다르다. 달라져야 한다. 어렸을때는 막연하게 학교에서 오래 있고 싶다고 했는데, 석사를 하면서 학문적 호기심을 가지고 문제에 접근하는 게 나와 많이 먼 이야기라는 걸 절감했다. 긴 길을 홀로 가야하는 박사 과정이 나에게 맞는 걸까. 어쩌면 친구들이 말한 것처럼 빨리 병특 구해서 여기를 나가는 게 더 나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 박사도 군대도 핑계고, 나는 나가서 뭔가를 시작할 용기도 생각도 개념도 없는 쪽이 맞는 거 같다. 그래서 그냥 여기 계속 남아있다. 그러니까 사실 지금 내 불안은, 박사가 끝날 그 다음에 머물러 있는 거다. 이게 정말로 나를 사회로부터 유예할 마지막 과정인가. 그렇다면 손에 꼽히는 몇 년 뒤에 나는 어디에서 무엇으로 1인분의 생산과 소득과 소비를 할 수 있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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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worldofddanj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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