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회의를 지나, 이렇게 봄학기가 또 끝났다. 누군가는 취업을 준비하고, 누군가는 졸작을 발전시킨다고 하고, 누군가는 인턴을 한다고 했다. 반면 석사 지원을 위한 최소한의 영어점수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나는 영어공부를 해야 한다는 의무적인 미션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생각이 없다. 사람들은 쑥쑥 앞으로 나아간다. 나는, 나의 졸전처럼, 너무 많은 테크놀로지가 들어간 투머치디자인프로덕트처럼,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거나, 아니면 아예 아날로그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지난 한 학기동안, 싸이월드에 비공개로 적어놓은 글들을 다시 모아봤다.



2010.03.18 목 01:20
시험공부가 잘 안된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어서 끝내놓고 글을 쓰거나 글을 읽고싶다는 생각 뿐이다.
매일 밤 기형도의 시 한 편씩 읽고 자는게 그렇게 행복할 수 없다.
 
낮에 잠깐 내리던 눈이 해가 지면서 쏟아진다.
매점이 닫기 전 눈도 맞을 겸 길을 나선다.
재주소년 1집의 '눈 오늘 날'을 들으며 멀리 돌아서 매점에 갔다.
눈오는 산디과 앞 풍경이 마치 O Cebreiro 같았다.


2010.03.18 목 04:20
방학하면 6,7월동안 3번의 텝스시험이 있다.
그리고 단편작업 하나 꼭 하고싶다. 편하게. 재미있게. 의미있게.


2010.03.31 수 01:24
까칠한 얼굴로 길을 걷는다
지금의 이 서걱거림도
먼 옛날 누군가가 이미 아파했던 것이다
내 것을 찾아 굽은 길을 돌아가지만
어디에도 한 조각 나의 것이 없다
그 길을 다시 돌아온다
그림자는 종이처럼 얇다


2010.04.08 목 18:54
말하기의 욕망이 있다는 건 알겠는데
말하려고 말하는 거라면 그만두라구


2010.04.10 토(2010.04.11 01:55)
마르첼로
난 인생을 낭비하고 있어. 아무런 변화도 없이 말이야.
나도 한 땐 의욕적이었지만 지금은 모든 걸 잃고 있네. 모든 걸 망각하면서...
스타이너
자신을 집에 가두는 게 구원이라고 믿지는 말게.
난 아마추어로서는 너무 심각하지만 전문가가 되기엔 아직 덜 심각하지.
모든 게 계획대로 움직이고 철저히 조직화된 사회에 의해 보호되는 삶보다는 가난한 삶이 더 낫지.


2010.04.13 화 04:23
매그놀리아
보고싶다 봐야겠다


2010.04.19 월 05:08
많은 일들이 있었다. 서울에 가지 못했고 벚꽃파티는 씁쓸하게 지나갔다. 사람들 속에서 살면서 정신없이 휘둘리고 있다. 이 사람의 생각, 그 사람의 말, 누군가의 옷 맵시도 삶을 대하는 태도도 지식도 미칠듯이 부럽다. 사람들의 매력들 사이에서 정신을 못 차리고 나를 잃어간다. 차라리 누구도 만나지 못하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여행했던 때에 나는 더 나에게 집중했다. 나는 누구에게도 하나의 사람이 될 수가 없을 거다. 쓰지 못한 글들이 밀려있다. 가벼운 감기에 걸렸다. 내일은 교수님 앞에 가서 고개를 처박고 '못했습니다. 다음에 찾아 뵙겠습니다'라고 해야한다. 지금까지의 일들은 이렇게 결론이 나는가보다.


2010.04.22 목 22:18
우리가 잘못하는게,
이야기할때 계속 논리적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아래로 깊숙히 내려가니까 결국 남는게 없는 것 같아
K가


2010.04.23 금 15:21

연체 7권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먹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기형도 전집
어찌됐든 산티아고만 가자
7번 국도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
햅틱
 
12시에 일어나려고 했는데 배터리가 다 되었고
나는 3시가 되어 훌쩍거리며 일어났다.


2010.05.01 토 06:09
낚시 배우기


2010.05.01 토 07:05
나는 내 시간을 살아간다. 자신의 시간을 살아가는 누군가가 우연히 나와 함께 걷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나의 시간과 걸음의 방향을 바꾸어 놓기도 한다. 그와 함께 계속 걷고 싶지만 그도 자신의 시간을 걸어갈 뿐, 내가 그에게서 발견한 모습은 수많은 선지자의 모습 중에 하나일 뿐. 또 하나의 데미안이 나를 스쳐 지나가는 순간이다. 그에게서 배운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10.05.07 금 21:55
C누나 미니홈피에서 옛 전주사진을 보다가
붉은 점퍼 입고 다사랑에서 놀던 날이 떠올라서
두근거리고 그리워지고 다시 이런 마음


2010.05.12 수 05:31
Robin : I had a feeling I'd find you here.
Ted : Hey. If you're here for the Shagarats, you just missed the fourth encore.

Robin : I never played any team sports.
Ted : Are we playing 'I never' cuz there's nothing left but peach schnapps.
Robin: I played tennis in high school. You know why? Because it was just me out there. I couldn't even stand playing doubles. I just got dumped.
Ted : Man, that sucks.
Robin : Yeah, it's OK. I wasn't that into him. Story of my life. Everyone else is all falling in love and acting stupid and goofy and sweet and insane, but not me. Why don't I want that more? I want to want that. Am I wired wrong or something?
Ted : No. Look, you didn't want to be with me so clearly you have abysmal taste in men.
(Robin laughs)
Ted : But you're wired just fine.

Robin : Well, what if I'm just a cold person? Tonight, Mike was willing to look like a complete idiot for me, but I couldn't be Gretel. Why can't I be Gretel?
Ted : Because you just haven't met the right Hansel yet. One day you're gonna meet a guy who's gonna make you want to look like a complete idiot.
Robin : Really?
Ted : Yeah, he's out there somewhere, just like the Slutty Pumpkin. (echoes) pumpkin-pumpkin...

Robin : How do you do this, Ted? How do you sit out here all night on the roof in the cold and still have faith your pumpkin's gonna show up.
Ted : Well, I'm pretty drunk. Look, I know that odds are the love of my life isn't going to magically walk through that door in a pumpkin costume at 2:43 in the morning but it seems as nice a spot as any to just, you know, sit and wait.
(Robin sits down by Ted and shares blanket)

Robin : Scoot.




위에 인용된 대사는 How I Met Your Mother 시즌1 에피소트 06의 엔딩
함께 삽입되었던 음악이 좋아서 찾아봤다.



Inside Of Love, Nada Surf

watching terrible tv
it kills all thoughts
Getting spacier than
An astronaut
Making out with people
I hardly know or like
I can't believe what i do
Late at night

I wanna know what it's like
On the inside of love
I'm standing at the gates
I see the beauty above

Only when we get to see
The aerial view
Will the patterns show
We'll know what to do
I know the last page so well
I can't read the first
So i just don't start
It's getting worse
[chorus]
I wanna know what it's like
On the inside of love
I'm standing at the gates
I see the beauty above

I wanna know what it's like
On the inside of love
I can't find my way in
I try again and again

I'm on the outside of love
Always under or above
I can't find my way in
I try again and again

I'm on the outside of love
Always under or above
Must be a different view
To be a me with a you

I wanna know what it's like
On the inside of love
I'm standing at the gates
I see the beauty above

I wanna know what it's like
On the inside of love
Of course i'll be alright
I just had a bad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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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worldofddanj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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