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의 조각

그날의 생각 2010. 12. 12. 07:08 |

# 서울전시를 끝내고 대전전시를 시작했다. 친구들의 지인이며 선/후배가 와서 축하하는 것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나의 '대학'생활이 가난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무엇을 하느라, 무엇을 찾다가 이렇게 시간을 보낸 것일까. 내가 피했는가 나를 피해갔는가. 그 때 나는 스스로 나서서 찾고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가만히 있다가 많은 것들을 흘려 보냈다. 신입생의 것들, 선배가 되는 것, 관계의 자리들을 경험하지 못해서 어설프다. 계속 무엇이 맞느냐고 물어본다.

# 선택을 했고, 그것에 대해 미리 후회하지 말자고 했다. 아직 오지 않은 것들에 대한 마음 쓰임은 피곤할 따름이다. 다만 최근에는 다른 생각이 자꾸 든다. 내가 선택을 하면서 놓아버린 다른 기회. 찝어서 말하자면 디자인. 어느새 이별의 징조를 보이는 그것에 자꾸 마음이 쓰인다. 삶이란 주로 선택된 것들의 입장에서 서술되기 마련이지만 선택되지 않은 것들이 나를 만들어 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 중학교 때부터는 대학생이 꿈이었다. 적당한 자유, 적당한 구속에서 청춘을 누리는 순간들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근래의 졸전방과 친구들이 그렇다. 삶의 과정 중에 더 이상 존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감으로 가득한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 점점 세상에 나갈 시간은 다가오고, 바로 내년의 삶도 서로 엇갈리고, 나는 학교에 계속 남아 있고 싶어한다. 그러나, 내가 여기에 남는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나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달라질텐데.



'그날의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돌아보는 마음 (2010)  (2) 2010.12.30
8월 말에  (6) 2010.08.29
Light in a day  (4) 2010.08.01
Posted by worldofddanji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