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래간만에, '혼자 하는 라디오' 입니다.
쓸데없는 말은 줄이고 첫 곡 나갑니다.




거짓말 같은 시간, 김연우
네, 저에게도 <나는 가수다>의 열풍은 비껴가지 못했습니다. 프로그램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쉽게 정리하긴 어렵지만 좋은 가수들의 좋은 노래를 보여주는 순간만큼은 (딱 그 부분만큼은!) 행복합니다. 오래간만에, 김연우라는 가수를 다시 생각했습니다. 토이도 김연우도 몰랐던 중3 - 정확히는 중2에서 중3으로 넘어가던 2002년의 겨울에 <봄날은 간다>를 뒤늦게 보고 열병을 앓았습니다. 사랑해보기도 전에, 사랑하고 이별하던 그 감정에 두어달을 넉넉히 아팠습니다. 오죽하면 한정판 DVD의 고유번호는 핸드폰 번호의 뒷자리가 되었습니다. 영화에 쓰이거나 OST에 삽입되지는 않았지만 영화 이미지로 만들어진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면' 뮤직비디오는 그 당시 느린 인터넷으로 반복해 들으면서 많이도 먹먹해 했었던 노래였습니다. 토이의 노래와 김연우를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였고 별다른 감흥 없이 밝은 토이노래들을 좋아했지만, 영화가 주는 매혹에 처음으로 허우적 거렸을 때, 김연우가 목소리가 전해주었던 감정들이 갑자기 막 떠올랐었습니다. '거짓말 같은 시간'은 김연우의 노래들을 찾다가 이번에 알게 된 노래인데 드럼의 비트, 기타와 건반의 멜로디가 90년대의 두근거리는 정서의 정 중앙을 가르키고 있는 것 같은 곡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슬픔 활용법, 김연우
김연우의 노래를 찾아 유튜브를 헤매다가 발견한 김범수의 '슬픔 활용법' 라이브는, 아주 대중 가요적인 노래를 김연우가 불렀을 때의 부조화와 조화, 목소리의 설득력이 좋아서 계속 들었습니다. 원래 김연우의 노래 같아요. 





사랑이 지나가면, 김연우+Whale
김연우와 Whale이 부른 '사랑이 지나가면'은 아름다운 노래와 멋진 두 목소리의... 아. 너무 좋아서 또 한참을 반복해 들었습니다. Whale 이라는 가수는 잘 모르는데 목소리가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자의 낮은 목소리가 노래와도 참 잘 어울립니다. 개인적으로 남자의 키에서 여자의 키로 변환되는 순간 (또 브로콜리 너마저의 '유자차' 생각이 납니다) 의 감흥도 참 좋아하기 때문에, 김연우가 노래를 마치고 Whale이 노래를 부르는 순간을 여러번 돌려 들엇습니다.





TV를 봤네, 장기하와 얼굴들
장기하와 얼굴들은, 지난 봄 KAIST 문화행사에 브로콜리 너마저와 함께 왔었습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앨범을 뒤늦게 듣고서도 큰 감흥은 없었는데 (내 취향은 아니네?) 라이브를 듣고서 노래들의 메세지와 힘에 압도당했습니다. 특히 '달이 차오른다, 가자' 의 가사. 오늘도 여태껏처럼 그냥 잠 들어 버려서 못 갈지도 몰라. 하지만 그러기엔 소년의 눈에는 저기 뜬 저 달이 너무나 떨리더라. 가 들릴 때면 계속 울컥, 울컥 눈이 붉어졌습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2집의 더블타이틀 곡으로 알려진 'TV를 봤네'를 오늘 조금 전에 알게 되었는데, 뮤직비디오도 참 아름답고, 가사도 참 아름답습니다. 왜 자막이 올라가는 그 짧디 짧은 시간 동안에는, 하물며 광고에서 광고로 넘어가는 그 없는 거나 다를 바 없는 시간 동안에는. 그가 가진 가사의 정서, 애상의 감정들, 그리고 굳이 표현하지 않고 숨겨놓는 말꼬리에 공감합니다. 



이 노래들을 들으면 석사 1학기차를 마무리하던 그 정신 없던 시간들, 불안하던 날들이 떠오르게 될 것 같습니다.




ps. 재미있게도, 함께 하는 라디오를 얼마전에 시작했습니다. '-와 한잔' 이라는 방송인데요. iTunes Podcast에서 '사소한스튜디오'를 검색하시면 들으실 수 있습니다. 아주 사적이라 공감이 안 가고 음질도 나쁘지만 점차 나아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벌서 유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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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worldofddanj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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