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 밤을 샌 학기 마지막 날, 기말프로젝트 영상을 제출하고 수업이 있기 전에 잠시 눈을 붙이려고 터덜터덜 기숙사로 걸어갔다. 프로젝트를 제출하기 전에, 영화제 출품서와 스크리닝 DVD를 시간 안에 접수하기 위해 학교를 질주했는지라 팔다리의 근육이 내 것 같지 않았다.
 달빛요정의 '25'를 들으며 걸었다. 한 손에 핸드폰과 지갑을 드는 것 조차 힘이 들어 한 손에는 핸드폰을 다른 손에는 지갑을 들고 걸을 수 있는 가장 천천히, 눈도 감고 걸었다. 나도 올 해 스물다섯이다. '어머나 우리가 스물다섯이 되었네. 이제는 진짜로 혼자설 나이 되었네...' 노래가사를 들으며 문득 나의 스물 다섯과, 상영될 리 없는 영화를 계속해서 접수하는 나의 모습과, 더 이상 디자인을 공부한다고 디자이너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 밀려왔다. 무모한 꿈을 향해 질주하지도, 현실적인 삶을 살아가지도 못하는 것 같아 불안했다. 점점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돈을 얼마나 벌고 어떤 직장을 다닐까, 그런 고민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하면서 살게 될까, 아니 내가 무엇이 되고 있는가, 적어도, 무엇이 되어 가고 있는 길 위에 있기는 한 것인가, 하는 생각들이 덮쳐올 때마다 몹시 무서웠다. 누구에게도 쉽게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무게를 가지고 있다.

 올 여름에는 즐거운 작업들을 많이 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것에 앞서 내가 이 작업들을 통해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생각해야만 한다. 이번 여름이 마지막 기회인 것만 같다.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세 개의 학번' 카테고리의 다른 글

Story about our Dream  (6) 2011.07.20
Digital Photo Book _ Choice  (0) 2011.04.20
I draw myself but...  (3) 2011.03.20
Posted by worldofddanji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