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여행기록 09

로드무비 2011. 2. 23. 02:55 |

1월 11일, Chiang Mai to Pai

트래킹에서 돌아와, 많은 사람들과 다시 만났다. 장기로 머물고 있는 H형과, 새롭게 만난 K누나, 그리고 함께 트래킹을 여행했던 E자매 누나들, 마사지를 배우고 있는 D형도. Nimmanhaemin 거리는 태국도 아니고 한국도 아닌, 지역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공간이다. 마치 텅 빈 시간을 위한 세트장 같은 그 곳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서로의 삶을 슬쩍슬쩍 흘리거나 술을 마셨다.
나는 많은 시간 혼자 다니는 사람이지만, 새로운 사람들이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자신의 진짜 생각들을 들려주는 시작의 순간들이 참 좋다. 너그러운 사람들의 온기에 취해, Chiang Mai에서 나는 아무데도 가지 않고 사람들 사이를 여행했다. 나보다 먼저 이 곳을 떠난 K가 간다던 Pai에 E자매 누나들과 K누나도 간다고 했다. 심지어 K누나는 Pai에 가기 위해 여기에 왔다고 했다. Pai에 가자는 누나들의 부추김에 내 마음이 먼저 동했다. 물론 계획했던 대로 캄보디아에 가면 아름다운 풍경과 이국적인 경험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가만히 있는 H형도 꼬셔, 우리 함께 Pai에 가자고 했다. “형이 가면 나도 갈게! 애초 계획 따위 뭐 어때요!”

고백하건데 사실, 다음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내가 무슨 오기로 Pai에 가기로 했을까 후회했다. 이 사람들과 무조건 함께 해야하는 시간들이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을까, 지금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갔던 좋은 기분들을 가지고 헤어지는 것이 오히려 좋은 결말이 아닐까,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즉흥적으로 떠나는 여행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H형이 Pai에 가는 버스에 자리가 있다는 소식을 알려왔고, 가지 않을 이유가 없는 나는 어젯밤의 말을 증명하기 위해 짐을 쌌다.
762번의 커브로 유명한 Chiang Mai 에서 Pai로 가는 길은 엄청나게 구불구불했지만 너무나 아름다웠고, 점차 구름이 개는 하늘을 보니 흥이 나기 시작했다. 마을 입구부터 느껴지는 사람들의 자유로운 열기를 마주했을 때는 마음에 생기가 돌고 여행자의 긍정으로 온 감각들이 가볍게 흥분하는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예상했던 것보다 오래 머물렀고,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진폭의 감정들을 나누고, 나의 여행은 처음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분명히 그 곳에서의 4일은 조금 특별한 시간이었다. 말로 설명하자면 시시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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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worldofddanj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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