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작품 최종심사를 끝내고, 소소하게 전시를 준비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커다란 착각이었다. 만만찮은 폭풍과 그보다 인상적이었던 감정들의 충돌을 거쳐 오늘 전시를 시작한다. 아직도 준비되지 않은 부분이 너무 많다.
 올해 초, 산디과에서 졸업작품을 만드는 일년의 생각과 감정들을 기록하겠다는 생각으로 '디자인하는 마음'이라는 폴더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감정을 소모하는 일이라 얼마 쌓이지 않았지만, 그렇게 기록된 몇 안 되는 글들을 읽으면 그 때의 마음들이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참으로 많은 감정들이 있었고 그것들이 켜켜이 쌓인 마음은 자꾸 깊이 굽어본다.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지만 그것은 현장에 가도 마찬가지 일 것 같다. 감정을 소화하기에는 목업을 보수하느라 지난 이틀간 꼬박 샌 피곤함이 너무 거대해 전시장 여기저기에서 쓰러져 잠에 빠질 뿐이다.  
 나는 여행을 가는 날에는 늘 이런 저런 준비가 늦어져 수면부족을 호소하곤 한다. 오늘도 그런 것 같다. 이것은 기쁘면서도 슬프고 출국 같으면서도 귀국 같은 여행이다. 어쩌면 그 모든 것들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괜한 오버일테지만.

 그리고 민망한 말이지만, 이 공간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이 공간에 썼던 나의 글을 보아준 사람들의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 긴 여정을 지나갈 수 있었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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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worldofddanj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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