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추천으로 브로콜리 너마저의 "앵콜요청금지"를 처음 들었을 때, 흘러가는 멜로디와 가사가 안타까웠다. 이 좋은 노래가 지금 흘러가고 있구나. 지금은 너무 좋은 이 노래도 수없이 듣다 보면 언젠가는 무덤덤해지다가 듣지 않게 되겠지, 나는 이 노래를 처음 들으면서도 멀리에 있을 마지막이 미리 슬펐다. 좋은 음악을 들었을 때의 그 감정도 영영 돌아오지 않을 거야. 노래가 너무 좋아서 듣고 싶지 않아졌다.

 삶은 일상이 일상을 물고 연속극처럼 흘러간다. 그래서 인생의 한 페이지가 끝나는 무렵 - 학교를 졸업하거나 사람들과 헤어게 될 때 - 의 애잔함이 주는 극적인 슬픔은 긴 파장처럼 남는다. 함께 했던 시간들을 정리하는 손길, 뜨거웠던 순간이 마무리되는 자리, 나는 그것들이 안타깝고 그리워 자꾸 돌아보곤 한다. 하지만 그게 돌리고 싶다고 돌려 지는가, 돌아간다고 해서 같은 마음일까.

 너무 힘들었고, 소진되는 시간들이었지만 졸업작품을 하면서 보냈던 사람들과 시간들이 줬던 위안과 소소한 행복들이 분명 있었다. 끝나자 마자 텅 빈 시간들이 그것들의 의미를 나에게 절실하게 일깨워준다. 함께 했던 시간들은 벌써 저만치 가고 있다. 심사가 끝나면 이걸 해야지 저걸 해야지 했던 것들이 다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혼자 공장동을, 떠들썩하던 복도와 휴게실을 들여다본다. 이별하는 순간의 애잔함. 때문에 마음이 어지럽다.


“좋은 음악을 알게 될 때, 가끔은 너무 슬퍼져
이 멜로디도 듣고 들은 뒤에는 지겨워져 버리겠지
그래서 조심스럽게 조금씩 들어도 이 좋은 마음이 얼마 오래 가지는 못해서
결국에는 익숙한 것들로 바뀌겠지?
너무 좋았던 그 순간의 두근거림은 정말 영영 돌아오지 않을거야”
2009.06.04 AM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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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worldofddanj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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