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에 석사 발표가 났다. 최종합격. 이번에 졸업을 하게 된다면 (제발!) 다음학기부터는 문화기술대학원에서 또 다른 것들을 배우게 될 것 같다. 지난번에 석사를 쓰면서 현실적이고 깊이 있는 디자인을 계속 선택할 것인가, 흥미가 있고 마음이 가는 새로운 길을 선택할 것인가 고민이 많았다. 원서를 제출하는 순간에도, 발표를 기다리고 결과를 받아보는 순간까지도 마음이 계속 뒤바뀌었다. 결정을 내리던 날 밤에 누나와 오랜 이야기를 하면서, 앞으로는 선택의 끝을 내다 보고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 한 나이가 된 것 같다, 그런 생각을 - 혹은 예감을 - 했다. 지금은 마음이 깨끗이 비워진 것처럼 평평하다. 졸업작품도 잘 치러내고, 그 다음에 만나게 될 무언가도 후회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늦고 돌아가고 쉬어가면서 발견한 기쁨이나 만족에 한 표를 던지고 싶었다. 물론 그게 실패로 돌아갈 수도 있지만, 목적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거기에 가는 길 위에서 겪은 것들이 소중하다는 것을 까미노에서 배웠으니까. 아니다 싶으면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 라고 거기까지 열어놓고 싶다. 나중에는 또 별거 아닌 순간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순간으로 바뀔 방향이 아득하다.

 여기는 졸업전시준비위원회 방, 시간은 새벽 4시 32분, 옆에는 Y형이 있다. 가을학기로 이어진 졸전은 개강과 함께 정신 없이 이어지고 있다. 졸업전시준비위원회에 뒤늦게 합류했고, 졸전방에서 살면서 아이디어를 갈고 닦는다. '내 작품은 세상에 어떤 가치가 있을 거야. 나는 내 작품을 사랑한다.'라고 되뇌고 있다. 딱 일주일 뒤, 다음주 월요일에 중간심사가 있다. <Glee OST>를 열심히 듣다가 오늘은 브라운 아이즈의 "가지마 가지마"를 계속 듣는다.


Posted by worldofddanj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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