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에 되게 오래간만에 글을 쓰는 것 같다... 라고 하고 돌아보니 작업과 결과물에 대한 포스팅을 제외하고, 진짜 글을 쓴 지는 두 달이 되어가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책을 추천하는 자리에서 '책을 많이 읽으세요?'라는 질문을 받고 뜨끔했다. 근래에 실질적인 것들을 '만들어내는' 것들을 하고 있는데 거기에 시간과 마음이 쏠려있다. 상대적으로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내 안에 담아내는 것을 놓치고 있으니 이러다 금방 또 동날 거다.

# 논문은 되게 절망적이다. 문제는 논문이 학생신분으로서 내가 해야 하는 제1순위인데 그렇게 놓고 있지 않다는 점, 압박을 받고 액션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관련 논문도 찾아 읽고 목차도 써보고 그래야 하는데 머리가 인식을 안 하고 몸은 게으르다. 주제 잡기부터 어려운데 하루는 괜찮은 거 같다가도 다음날은 엉망인 거 같고, 주제가 논문으로 발전될 여지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산디과에서 배웠던 재주를 활용하고 싶은데 그러긴 어려운 주제라는 생각도 들고 내가 이걸 인지적인 측면으로 풀어가는 것이, 그런 공부를 한 줄도 안 한 상태에서 가능한 것인가 싶기도 하고... 졸전도 힘들었는데 논문을 써서 졸업하는 건 더 멀고 먼 길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 반대로 생각해보면 논문에 신경을 못 쓰는 것은 그 외적인 개인작업들이 나름의 방식대로 풀려가는 것에 홀려있기 때문이다. 책을 만들어고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과 피드백을 주고 받는 순간들이 주는 기쁨들이 있다. 게다가, 아직 어떤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사실, 입이 근질거린다. 혹시 들었던 사람은 비밀이다.) 너무나 좋은 제안을 받아서, 내가 희망하던 느낌과 분야와 영역을 아우르는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많은 사람에게 (어떤 의미에서) 커머셜하게 내놓는 첫 작업일 수도 있고, 확 산업에 기대지 않는 방식으로의 작업과 생활의 가능성을 보는 첫 물꼬라고.... 나는 의미를 마구 부여하고 있다. 애정이 큰 작업인데 그리고 크게 봐야 하는 작업인데 내가 얼마나 사람들의 기대를 극복하고 해낼 수 있을지도 걱정되고.. 말로만 떠드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프로그래밍을 비롯한 기술을 배워야 할 것 같은데 학교 일, 논문과의 병행 속에서 옴짝달싹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내가 재미있는 일에 마음이 쏠리면 모든 생활이 그쪽에 확 맞춰져 버려서.. 게다가 논문은 워낙 재미가 없어서-_-.....;;

# 영화도 많이 보고 글도 쓰고 싶은데. 사실 수업도 적어졌고 내가 운용할 수 있는 시간은 많아졌는데 그걸 제어하기가 쉽지 않다. 올해 많은 것들을 이뤄야 할 것 같고 이루고 싶다. 지금 뭔가 더 말을 하면 허풍이 되거나, 허세가 되거나, 운이 달아날 거 같다. 지금은 들뜬 마음(작업)과 불안한 상황(논문) 속에 있다고만 해 두자.


 
Posted by worldofddanj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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