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디자인하는 마음'의 마지막 글을 쓰기로 한다. 졸전을 하면서, 내가 배운 디자인의 깊이에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마음에 남은 사람들을 통해 나는 일년 전보다는 훨씬 더 괜찮은 존재가 된 것 같다. 그들 덕분에 나에 대해서 무게를 덜고 이야기할 수 있었고, 그만큼 남의 이야기도 더 넓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것은 우리들이 디자인만큼이나 (혹은 디자인보다 더) 사람에 대해서, 서로에 대해서 지독하게 궁금해 하는 존재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변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뜨거운 마음들은 식는다. 공유하는 삶이 점점 줄고, 개인의 역사가 쌓이면서 지금 같은 마음도 여전하진 못할 것이다. 다만 그 시간을 통과하면서 마주한 마음들은 내 삶에 있어서 말랑말랑한 ABS의 진공성형만큼이나 선명한 요철을 남길 것 같다. 그리고 형태를 바꾼 ABS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듯 나도 그럴 수 없으리라, 예감한다. 눈 덮인 산길을 주머니 속 데워진 돌을 꼭 쥐고 걸어가듯, 지금 내 목구멍을 답답하게 하는 뜨겁고 묵직한 마음도 꼭 쥐고 살아야겠다.

졸업을 하고, 산업디자인 전공을 끝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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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worldofddanj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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