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무비

아이슬란드 여행기

worldofddanjit 2009. 10. 7. 04:11


 # 런던의 입국심사대를 넘자마자, 수많은 소음과 시선을 잡아끄는 현란한 색들 속에서 한동안 정신이 없었다. 런던에서 아이슬란드로 들어갈 때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아이슬란드의 평화로움을, 아이러니하게도 아이슬란드를 떠나면서 깨달았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멋진 자연을 드로잉 하기도 하고 그 때 그 때의 감흥들을 적으면서 여행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아이슬란드의 여행은 생각보다 정신이 없고 육체적으로 힘들어서 ‘에이 모르겠다, 여행에나 집중하자’ 라는 식으로 태도를 바꿔버렸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여행가기 전 휴학하고 쉬던 날들은 기록해 두지 않으면 바로 하루 전의 시간들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아이슬란드에서 있었던 하루하루의 일들은 생생하게 기억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몸이 기억하는 하루의 여정과 걸음의 무게는 너무나 선명했다. 

 아이슬란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공항에서 볼 수 있는 깨끗하고 큰 통유리 너머의 비행기들과 광고판을 보면서 이 주 전에 처음 이 땅을 밟았을 때의 터질 것 같은 두근거림이 다시 떠올랐다. ‘아 맞어. 처음에 그런 느낌이었지.’ 정신없었던 여행을 따라가느라 순간의 감흥은 생각보다 빨리 휘발되고 있었다. 그래서 소음과 사람과 정물들로 가득한 런던에 돌아와서는, 어서 기록해두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