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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의 열번째 장편, <업>
worldofddanjit
2009. 8. 2. 14:12
크리스토퍼 플러머, 에드워드 애스너
픽사의 10번째 장편 <업>을 봤다. 포스터에도 나와있듯 <업>은 3D로 만들어진 픽사의 첫 애니메이션이지만, 우리나라에서 3D는 더빙버젼으로밖에 상영하지 않기 때문에 우선 디지털2D로 보기로 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가장 우선시하는것은 영화의 제작포멧을 제대로 구현한 버젼으로 보는가에 있다. 비스타버젼인가 시네마스코프버젼인가, 극장의 스크린 비율은 어떤 버젼에 최적화 되어있나. (물론 대부분은 극장 스크린 비율에 대한 정보 없이 들어간다. 그러다 실망하기도 하고.) 디지털로 제작된 영화는 디지털로 보고 필름으로 제작된 영화는 필름으로 본다 등등... 필름이 영화 고유의 맛을 살린다고 하지만, 픽사의 영화는 누가 뭐라고 해도 디지털로 봐 주어야 한다. 픽사가 만든 디지털로 짜여진 섬세하고 선명한 화면을 놓치는 것은 너무 슬픈 일이기 때문이다.
픽사의 디지털 기술을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색색의 선명함에 감탄이 절로 나는 풍선의 투명한 색감이나, 실사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파라다이스 폭포의 절경, 몽타쥬로 보여주는 넥타이와 셔츠, 배지의 질감들은 직접 눈으로 봐야 한다. 물론 픽사의 위대함은 이런 렌더링의 기술을 잊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에 있지만 말이다.
(이하 스포일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칼과 엘리의 만남으로부터 시작해서, 결혼하고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대사없이 압축해 보여주는 프롤로그는 개봉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여러사람들에게 화자되고 있다. 차분하게 칼의 지난 배경을 설명하면서 동시에 칼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몇가지 상징물들을 세심하게 훑어낸다. 동시에 나이듦, 일상의 순간들에게 꿈의 자리를 내어주어야만 하는 삶의 고단함이나 그럼에도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작은 개인의 사랑은 삶을 조용히 성찰하게 만드는 성숙함이 묻어난다.
영화는 칼의 이야기를 동력으로 굴러가지만, 순간순간 조연급 인물들에게도 각자의 삶을 이야기할 시간을 준다. 러셀이 자신의 비밀을 이야기하다가 가족사와 작은 꿈을 고백할 때, 그 장면은 온전히 러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캠핑 한 번 해본 적 없는 철부지로만 여겨졌던 러셀은 그 뒤부터는 그 자신의 삶을 배경으로 능동적으로 행동한다. 이런식으로 영화속의 인물들은 자신의 지난 삶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 그밖에 조연캐릭터들의 아기자기한 디테일과 귀여움들도, 역시 픽사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